함께 또 같이,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심리적 자아확장

어떤 순간에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는가? 오랜 노력 끝에 성취했을 때, 인정받았을 때,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을 때 등과 같은 상황에서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런데 더 나은 자신을 경험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결정적인 순간을 가져오는 ‘자기확장’의 핵심에 대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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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발전하고,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분들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부분 자기 성장의 욕구를 강하게 느낀다. 여러 상황들 때문에 그 성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때, 성장하고 있는데도 불충분한 느낌이 들 때, 성장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데 좀처럼 의욕이 들지 않을 때 사람은 ‘인생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발전을 위해서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 자신을 크게 만들면 된다. 심리학자 아서 아론의 ‘자아확장모델(Selfexpansion Model)’은 사람은 자기 확장의 욕구를 가지고 있고, 가까운 관계와 대상을 통해 자기 확장을 이뤄낸다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자기 확장을 위한 대상으로 무엇을 선택하게 되는 걸까?

#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자아확장

일반적으로 직장을 가지고, 직무 안정성을 느끼면 ‘이제 결혼해야지’라는 일종의 생애 커리큘럼의 과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2024년 현재 ‘2~30대의 절반가량이 결혼 의사가 없다’는 각종 미디어의 조사 결과처럼, 비혼주의가 드물지 않다. 또한, 각자만의 이유로 결혼 혹은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성인기에는 자연스레 반려자를 만나는 것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성인 초기는 자아확장의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시기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취미를 통해,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가는데, 그중 하나가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것이다.

연애나 썸 등 로맨틱하지만 한시적인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상대방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고, 상대방의 취향, 성격, 행동이 자신과 한없이 비슷하게 느껴지거나 혹은 너무 반대여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찾아오면 나와 상대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나=상대방’이 될 듯한 느낌에서 자아가 확장되는 만족감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에 심리학자들은 사랑을 자아확장의 경험이라고 정의 내리기도 한다. 더불어 대인관계 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자아확장 경험이 필수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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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물을 통한 자기 연장

친밀한 관계를 통해 나를 확장시킨다는 것이 자아확장모델의 기본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소유물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연장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입는지, 어디에서 밥을 먹는다는 사실이 나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이것은 연장된 자아(Extended self)라는 개념으로, 엄밀히 말하면 자아확장 경험과는 구별이 된다. 연장된 자아 개념은 사회문화적으로 자연스레 습득된 것이어서 미취학 아동들도 장난감을 가지면 ‘난 이것도 가지고 있지’라며 우쭐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SNS를 통해서 옆 사람도 아닌 전 세계와, 심지어 로봇과도 경쟁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연장된 자아를 치장하기 위해서 무리하는 일이 생기고, 연장된 자아끼리 겨루다 보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잊기도 한다.

# 본연의 자기확장 경험으로 돌아가기

너무나 예상 가능하듯이, ‘내 물건’을 ‘나’인 것으로 여기게 되면 불행이 그림자가 드리우기도 한다. 값비싼 물건으로 치장한다고 내가 고귀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만 과시하게 된다. 마치 돈으로 자존감을 사는 것처럼 어떤 것을 택해야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으로 보일지에 집중한다.

만족감을 주는 것은 소유물을 통한 치장이 아니다. 친밀한 관계가 가장 큰 자아확장이다. 소중한 사람과 가족에게 내가 가진 것을 퍼주는 것이 아닌, 서로가 커지는 느낌을 나누는 5월이 되기를 바란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